가을이 성큼 다가온 어느 날, 길을 걷다가 익숙한 붕어빵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어요. 찬바람이 불면서 이 냄새는 유난히 더 따뜻하고 달콤하게 느껴지더라고요. 바로 옆에 붕어빵 트럭이 보이길래 발걸음을 멈췄어요. 붕어빵 트럭은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반갑게 날 맞아줬어요. 고소한 냄새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 광경을 보니 당장 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더라고요.
붕어빵을 구울 때 나는 그 특유의 소리가 마음을 사로잡았어요. 바삭하게 익어가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았죠. 트럭 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어요. 붕어빵, 어릴 적 겨울마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모여서 사 먹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. 그때는 따뜻한 붕어빵 한 입에 모든 피로가 녹아내리던 느낌이었어요.
드디어 제 차례가 되어서 "세 개 주세요!"라고 외쳤어요. 주인아저씨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붕어빵을 집게로 툭툭 집어 종이봉투에 담아주셨어요. 손에 붕어빵을 들고 다시 길을 걸으면서, 따뜻한 붕어빵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손끝으로 퍼져 나갔어요. 봉투 속 붕어빵을 하나 꺼내 들자마자, 바삭한 겉면이 눈에 띄었어요. 적당히 구워진 붕어빵은 한눈에도 맛있어 보였어요.
한 입 베어 물었을 때, 바삭함과 달콤한 팥 앙금이 어우러져 입안에 퍼졌어요. 진짜 이런 맛은 언제 먹어도 변함이 없어요. 붕어빵은 그 시절 그 자리에서 먹었던 그 맛 그대로였어요. 팥의 달콤함이 은은하게 입 안을 채우고, 바삭한 겉면이 씹히는 그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. 따뜻한 붕어빵 한 입에 가을바람에 움츠렸던 몸이 조금은 풀어지는 기분이었어요.
천천히 걸으며 한 손으로 붕어빵을 먹고 있으니, 순간 오늘 하루의 피로가 다 잊혀지는 것 같았어요. 마치 잠깐 동안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죠. 어쩌면 이런 소소한 행복이 일상 속에서 진짜 필요한 순간들일지도 몰라요. 아무리 바쁜 하루라도 잠깐의 여유, 따뜻한 붕어빵 한 입이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
그렇게 붕어빵 세 개를 모두 먹고 나니, 기분이 꽤 좋아졌어요. 가을밤의 찬바람도 붕어빵 덕분에 덜 춥게 느껴졌어요. 날씨가 더 추워지면 또 다시 붕어빵을 찾게 되겠죠? 이럴 때마다 붕어빵이 참 고마운 간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. 따뜻한 팥이 가득한 붕어빵처럼, 이렇게 소박한 즐거움들이 앞으로의 날들을 더 채워줬으면 좋겠어요.